[기고] 잘못 끼워진 단추
1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일본의 강압 통치 아래에 있던 한반도에는 사상과 이념이 다른 미군과 소련군이 38선을 경계로 각각 남쪽과 북쪽에 주둔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지게 됐다. 한반도는 애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의 상흔, 이산가족의 아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통일전망대에 올라 북녘땅을 바라보면 고향산천의 그리움에 애잔해진다. 무엇보다 자유와 인권이 말살된 북한에 남겨진 일가친척을 생각하면 절로 통곡하게 된다. 남북분단은 실향민만의 겪는 고통은 아니다. 탈북민 또한 ‘평화 통일’의 일념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전 세계에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이 담긴 ‘8·15 통일 독트린’을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30년 넘게 통일운동가로 자처해 온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일하지 말자”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 강박관념을 내려놓자”라고 했다. 그리고 ‘남북 두 국가론’을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광주에서 열린 9·19 남북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통일은 겨레의 여망”이라고 손잡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함께 있었다. 더 나아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때마다 합의했던 통일의 당위와 필요성을 부인한 것이다. ‘두 국가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에 밝힌 ‘적대적 두 국가 선언’에 보조를 맞추는 격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산가족과 탈북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서로 외국인 관계가 되어야 하는가. 더 나아가 동족 간의 슬픈 전쟁이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의 땅따먹기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국가 간의 전쟁으로 고착화하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 행사 하루 전인 18일 북한은 기습적으로 한국 전역을 겨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시험 발사를 했다.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한국 전역을 타격 가능한 600km가량이다. 한국 정보당국이 밝혔듯이 북한이 전술 핵탄두를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소형화·표준화했다. 미사일 시험 발사 5일 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현지 지도하며 핵폭탄 생산 및 현행 핵물질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하고 중요 과업을 제시했다”며 우라늄 농축시설의 내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는 언급도 전했다. 여기에 오물풍선도 무관하지 않다. 아직 그런 징후는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 생화학 물질로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점차 위협적으로 세밀해지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이는 북한 내에서 빠르게 증폭되는 식량 문제, 자유와 인권 문제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기에 무력 도발로 북한 주민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거기에 동조하듯 임 전 실장은 “객관적인 한반도의 현실에 맞게 모든 것을 재정비하자”라며,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부 정리 등도 제안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해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되어 있고, 4조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추진’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시국에 임 전 실장의 ‘남북 두 국가론’은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김정은의 적화통일 망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닌지 그 사상이 의심스럽다. 자유민주주의 시민이라면 ‘평화 통일’이 답이다.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단추 대통령 비서실장 남북 공동선언 단거리 탄도미사일